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대학시험 치던 즈음)
엄마의 목디스크 때문에 병원에 갔던 아빠가
우연히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시고
너무나도 극적으로 대장암을 발견하게 되어
수술 하셨던것이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그때....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라는것이 어떤것인지 알았었지요.
이제 스무살도 되지 못한 나이에 아버지 라는 큰 그늘을 잃게 될까 두려워....
또 아빠와 함께 했던 수 많은 추억들이 스쳐지나...
괴로운 하루하루 였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다행히도 수술 경과도 좋으셨고
어려운 항암치료도 다 견디셔서 20여년이 되어 가는 지금도
제 곁을 지켜주고 계시지요.
그래도..그땐 제가 수험생이었으니까 병원에 가끔 문병 가드리고
간병하는 엄마 위해서... 또 입맛 없어 하시는 아빠를 위해서
(지금은 암수술을 해도 10일 안쪽으로 입원 하는데 그때만 해도 한달을 입원 하셨더랬지요.)
시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어서 도시락을 싸서 날라 드리고 했었네요.
그리고 제가 나이들어가면서 크게 아픈적도 없었고
아빠의 그일 이후엔 부모님이나 동생이나 크게 병원을 친하게 지낼 일이 없었는데
결혼을 하고 보니 시어머님이 간경화셨어요.
사실 그 전에도 허니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그런 병환을 가지신 분이 안계시다보니 그게 어떤병인지
어떻게 심각한건지 전혀 예측을 못한거죠.
결혼하던해 여름부터 시작되었던 어머님 간병...
그래도 초반에는 짧게... 일주일 안쪽으로 일년에 두어번 입원 하셨었고...
그러던것이 해가 갈수록 증상이 안좋아 지셔서
병원에 입원 하는 횟수도 늘게 되고
일수도 길어지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몇년을 어머님이 올라오셔서 입원 할때마다 달려가 간병생활을 해야 했어요.
그때는 참 힘들어서 남몰래 울기도 하고
괜히 허니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그리고 호락호락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어머님 가신 이후에는 후회가 많이 남는것도 같아요.
그때 정말 저는 병원생활에 질렸지요.
관짝같은 보호자 침대에서...여름엔 땀띠랑 싸우고
겨울엔 답답한 공기가 싸우면서...
깊게 잠들지도 못하고 매일매일이 너무 피곤하던 시간들...
그리고 병원에 있다보니 주변엔 죄다 환자들만 있게 되고
심지어... 옆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 하는 분들이며....
수 많은 삶과 죽음...아픔과 고통을 간접 경험 하면서
참 정신적으로도 쉬운 시간들은 아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오죽하면 내가 수술 할 정도로 아프거나 그닥 살 가망이 없다면
난 수술이나 입원 안하고 그냥 집에서..또는 여행을 다니다 편안히 죽고 싶다..고 했을까요.
그 이후로 엄마가 교통사고 나셔서 (심하지 않은) 입원 하시기도 하고
또 넘어져서 꼬리뼈가 다치셔서 입원도 하시고..
몇번 그런 일은 있었지만 딱히 간병을 해드릴 만한 병세는 아니었기에...
가끔 가는 병문안도 참 저를 지치게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올해 들어...
엄마가 손 수술 하시고
갑자기 코피를 하루건너 하루씩 너무 대량출혈을 하시는 바람에 병원 갔다가
수술 하게 되셔서 (코피 때문에 수술 한건 아니고..ㅡ.ㅡ 그거땜에 다른걸 알게 된..)
이번에 또 병원에 가게 되었네요.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오늘 벌써 퇴원 하셨답니다. (병실 모자라니까 통원치료 하라고 했다고)
아주 심각한 수술이 아니었음에도
엄마가 수술실에 들어 가시고
아빠랑 수술실앞에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면서 내내 가슴 졸였어요.
더 심각한 수술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래도 내 살이 가장 아픈거라고
내 엄마의 이름만 대문짝 만하게 보이는거 같더라구요.
간혹 수술실 안쪽에서 보호자를 불러서
면담을 하기도 하던데
심각한 이야기를 듣고 오는지
나오는 내내 울며 나오는 보호자들과...
제가 앉은 의자 뒤 등받이에 기대어 펑펑 울던
중년의 신사...
수술이 깨니까 통증이 심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실려 나오던
어린 아이...그리고 그 아이를 안고 우는 부모...
여전히 병원은 견디기 어려운 삶과 죽음과 고통의 공간...
아픈 사람도...그 아픈사람을 옆에서 봐야 하는 보호자도..
모두가 하나같이 우울할수 밖에 없는 곳이죠.
2시간여 만에 회복실을 거쳐 나온 엄마의 벗겨진 수술복 사이로 드러난 어깨...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나보다도 어린 모습의 상기된 볼을 하고
웃던 엄마 이건만... 이제는 제법 백발이 성성이 돗아난
노인이 되어 가고 계시다는걸 새삼 느끼면서
가슴이 저릿한데
더 긴 수술을 마치고 나온 사람도 눈 반짝 뜨고 나오는데
원래 유난히 마취에 약하다는 엄마는
눈도 뜨지 못하고 불러도 반응이 없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병실로 올라가 엄마를 깨우기 위해 계속 엄마... 엄마 하고 부르며
엄마의 주름진 이마를 쓰다듬으며
이제 살아온 날보다 조금 남았을 엄마의 삶이 너무 안타까와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괜히 엄마 정신 드시라고 싱거운 농담을 엄마에게 건네기도 하면서
엄마의 많이 늙어진 얼굴에 눈가가 시큰하지만
괜히 옆에 계신 아빠 걱정 하실까 내색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또 정신 들기 시작 하시니 금방 좋아 지셔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마취 상태에서도 너무 아프다고 어린아이 처럼 눈물 흘리던 엄마를 보면서
이젠 나의 보호자가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보호자가 내가 되어 가는거구나...새삼 생각 하게 되었지요.
오늘 퇴원 하시는 길이라며 아주 밝은 목소리로 전화 하신 엄마....
이젠 아프시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저희 곁을 지켜주세요.
나의 엄마가 되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정말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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